공지 불허된 것은 공간이 아닌 존재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아트하우스 모모의 2025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 거부에 부쳐

2025-05-02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지난 4월 30일,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를 위해 대관 협의를 진행 중이던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자대학교 ECC 내)로부터 대관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극장은 이화여자대학교로부터 다수의 민원이 접수되었고, "기독교 창립 이념에 반하는 영화 상영은 학교 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라는 학교 측의 입장에 따라 더 이상 대관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조직위는 이미 2024년, 같은 장소에서 제24회 영화제를 문제없이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 역시 3월부터 극장과의 대관 협의를 시작해 대관 견적서 수신, 계약서 초안 검토까지 정상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의 반복된 민원 접수와 ‘이화의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따라, 극장은 대관을 유지할 수 없다는 통보를 전해왔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영화제가 이화여대 교육 공간에 들어올 수 없다"라며, 조직적인 서명운동과 퀴어영화제 반대 여론몰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공간이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선 안 된다"라는 소수자 혐오 세력의 구시대적 문장은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시대착오적 구호일 뿐입니다.


우리는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기독교 이념’이란 무엇입니까?


사랑과 포용, 정의와 약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기독교 정신이, 과연 서로 다른 존재를 배제하고 목소리를 틀어막는 것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까?


‘기독교 정신’이라는 이름 아래, 혐오를 정당화하고 검열을 합리화하며,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러한 움직임은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사회 전체가 지향해야 할 포용과 존중의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입니다.


조직위는 이와 같은 결정이 단지 ‘장소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 활동의 자유, 그리고 소수자 존재 자체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외부의 민원과 혐오 여론에 의해 독립적 판단을 지키지 못했고, 극장 측 역시 이미 진행 중이던 절차를 중단하며 공공문화공간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한국퀴어영화제는 성소수자의 삶을 비추는 영화와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해왔습니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검열되지 않은 삶의 목소리이자 있는 그대로의 삶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존재를 ‘막아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될 행위입니다.


조직위는 이번 대관 불가 사태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정보공개청구, 언론 대응 등 제반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또한, 해당 사안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고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 대응 및 연대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아울러 이 사안이 단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인권, 대학의 자율성과 가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성소수자와 퀴어영화를 지우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입니다. 우리는 존재하고, 우리는 멈추지 않으며,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는 반드시 이어질 것입니다. 불허되어야 할 것은 퀴어영화제가 아니라, 이념을 빌미로 한 혐오와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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