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특별전: 아일랜드 수정헌법 34조]자유를 향한 싸움

자유를 향한 싸움

김도현 기자단

2015년 5월 22일, 아일랜드는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아일랜드에서도 동성 커플에게 결혼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왔던 그 날, 수많은 사람들이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아일랜드의 성적 소수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마음껏 울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을 맞췄다.


<아일랜드 수정헌법 34조>는 멈출 수 없는 싸움을 이끌어온 활동가들의 증언과 기록으로 엮인 다큐멘터리다. 모든 것은 캐서린과 앤이라는 두 여성이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그 소송에서 입법 캠페인으로, 다시 국민투표로 운동은 10년 넘게 이어진다. 모든 이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 가족으로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성적 소수자 부모와 아이들도 그저 평범한 가족이라는 것을 증명해 내기 위해 활동가들은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그저 똑같은 시민으로 대우받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현실은 가혹했다. 한 활동가는 숨막히게 잔인한 말들을 매번 마주해야 했고 심지어는 길을 가다가 행인이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도 있었다고 담담히 고백한다. 그러나 기꺼이 그 여정에 함께하기로 한 활동가들은 암울한 상황을 꺾을 수 없는 강렬한 에너지로 바꿔낸다. 이들은 시민 인터뷰를 통해 치밀한 캠페인 전략을 짜고, 신문에 동성 커플로 구성된 가족 사진을 싣고, 국회의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아일랜드의 국민 배우가 동네 모든 집을 방문해서 연인에게 청혼해도 되는지 묻는 영상을 통해, 동성커플이 결혼하려면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실을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는 더디고, 그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은 매일 고통과 절망을 오간다.

그 시간 속에서 동성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과 생활동반자법을 통과시켜 단계적인 권리 보장을 이루자는 쪽이 거칠게 충돌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그 갈등을 온전히 직면할 여유가 생긴 활동가들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퀴어 커뮤니티 내부에 존재했던 균열과 그 틈을 메울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야기한다.


<아일랜드 수정헌법 34조>는 겉으로 보이는 운동의 성과보다도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었던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은 국민투표를 통해 마침내 동성혼이 합법화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성과는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나온 결과이기에 더 강한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다수결 투표에 맡기는 게 옳은 방식인지 의문이 남는다. 인권은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은 두 개인 간의 아주 내밀한 관계인데, 동성혼 합법화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정한다면 성소수자들의 사적인 삶에 국가가 관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사회적 시그널을 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동성혼 합법화를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야 할까?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게 <아일랜드 수정헌법 34조>는 시사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