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한-호 수교 60주년기념 호주 특별전 <평등을 위한 레시피, 연대 한 스푼>



유지원 기자단


2017년 12월, 호주에서 결혼이란 더이상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국한된 것이 아닌 ‘두 사람의 결합’이 되었다. 그 전엔 제3의 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만 들으면 평등을 향한 여정에서도 한국과 호주가 서로 너무 다른 위치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혼의 평등과 법적으로 나답게 살 수 있는 자유. 분명 호주에서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한-호 수교 60주년기념 호주 특별전]은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보여주며 이 기나긴 여정 위에서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신기하게도 영화가 전부 희망차게 끝이난다. 마치 우리가 나아갈 길과 방향이 꽤나 괜찮다는 것처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 <앨리&애비>,<무지개 여행자>,<나의 첫번째 여름>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 가족. 그리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우릴 잘 이해하는 사람, 친구. 둘의 공통점은 우리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지지는 개인에게 있어 큰 힘이 된다. 나를 가장 오래 본 사람이,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준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을까. 이 특별전에도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학교 친구 애비와 무도회에 가고 싶어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한 <엘리&애비>의 앨리. 커밍아웃이 마치 주문이라도 된 듯 앨리 앞에 갑자기 죽은 이모 타라가 나타난다. 자신을 요정 대모이자 선배 레즈비언이라 소개하며 앨리의 연애를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타라 이모 말고도 앨리의 곁에는 대화를 통해 앨리를 더 알아가려는 엄마와 엄마의 퀴어 친구인 패티 이모가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앨리를 응원하는 어른들.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데 어떻게 애비와 안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앨리의 엄마처럼 모든 부모가 자식의 커밍아웃을 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무지개 여행자>의 아만다는 커밍아웃 이후 부모와 절연을 했다. 하지만 자신과 여정을 함께하는 연인 캐디와 이 커플을 자매처럼 생각하고 응원하는 친구 한나가 곁에 있다. 그리고 멋진 프로포즈를 도와준 엔터테이너 조던부터 그들의 약혼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까지. 어쩌면 아만다와 캐디는 자신들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해보자. <나의 첫번째 여름>의 클라우디아는 사회에는 나가본 적도 없는 엄마의 자살로 혼자 남겨진 고아이다. 그런 클라우디아의 삶에 그레이스가 찾아온다. 둘은 서로를 배우고 알아가며 끝내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둘의 행복은 결국 바깥 사회로부터 위협당한다. 클라우디아의 존재를 알아챈 어른들이 클라우디아를 데려가려 하지만, 그레이스는 포기하지 않고 클라우디아를 놓지 않는다. 어쩌면 클라우디아에게 그레이스는 살아갈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동네 사람들이 내 편이라면 | <빌롱잉>

주한 호주 대사 캐서린은 단편 다큐멘터리 <빌롱잉>이 상영 되기 전 짧은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과 호주는 평등을 향한 여정에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그 여정에 호주는 한국과 함께 하겠다고. ‘왜 하필 이 작품 앞에 이런 말을 했을까’라는 의문은 작품을 보고나니 금방 해소가 됐다. “아, 이거 우리보고 한 수 배우라는 거구나!”

태즈메니아에서 젊은 활동가로 있는 샘은 학창시절 안전한 환경에서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훗날 태즈메니아 동성 결혼 찬반 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한 인물로 성장한다. 처음부터 태즈메니아가 퀴어-프렌들리한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샘 이전에 퀴어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로드니와 다른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들은 체포를 당하면서도 거리로 나왔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지역 공동체는 퀴어 커뮤니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태즈메니아는 샘의 세대가 당당히 퀴어로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역 사회의 연대를 발판으로 동성 결혼도 얻어낸 것이니, 앞으로 호주는 더 빠른 속도로 평등을 향해 다가가지 않을까?

 

변화와 수용의 단계 | <언더 마이 스킨>

변화는 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 그 전에 수많은 갈등이 있고, 완전한 형태가 되기까지 과도기를 겪는다. 어떤 변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변화의 과정은 아름답지 만은  않다. <언더 마이 스킨>은 두 사람이 겪는 각기 다른 변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연인인 데니와 동거를 시작한 라이언은 같이 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데니의 이면을 마주한다. 이는 데니가 커밍아웃을 하며 확실해진다. 데니는 계속해서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고민 해왔던 인물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를 하나 둘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심리적, 외관적 변화의 단계를 거치는 데니를 영화는 4명의 논 바이너리 배우로 표현했다. 데니 만큼의 다층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라이언의 캐릭터에도 변화가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데니만을 받아들였다면, 영화의 말미에는 데니가 원하는 데니의 모습 그대로를 포용한다.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데니의 변화가 연출적인 측면에선 흥미로웠지만, 데니를 받아들이는 라이언의 변화는 마음 속 큰 울림을 준다.

 

Epilogue

[한-호 수교 60주년 기념 호주 특별전] 영화들은 평등으로 가는 여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 여정은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애비와 춤을 추는 앨리의 뒤에는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고, 캐디와 아만다의 약혼식엔 수많은 친구들의 축복이 있었다. 둘이 언젠가 올릴 결혼식은 태즈메니아 공동체처럼 호주 안의 여러 사람들의 연대로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평등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와 장애물을 같이 넘어줄 사람이 늘어나고, 점점 더 늘어나서 멀지 않은 미래에 제도적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특별전 영화들이 계속해서 희망을 보여준다. 우리의 길을 가다 보면 연대는 따라올 것이고, 이는 언젠가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그러니 멈추지말고 연대하고 또 연대하자. 언젠간 만날 이 기나긴 여정의 끝을 위해! 


PS

마지막으로 <Y2GAY> 믹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들고 있는 그 DVD의 주인공인  리키 마틴은 게이라고.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는 스트레이트한(올바른) DVD 콜렉션이 정말 스트레이트한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