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월드-퀴어 시네마 ③ [나에게로 가는 시간]<떠오르는 무지개빛 마음을 한데 모아>



최민지 기자단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사랑한다. 그러나 경직된 사회에서 십 대의 사랑은 가지각색의 이유들로 얽매인다. 발현된 사랑을 당당하게 외치고 싶지만, 외치면 외칠수록 생채기만 가득할 뿐이다. [월드-퀴어 시네마3: 나에게로 가는 시간] 섹션은 이러한 세계에서 고민하고 상처받으며, 여전히 사랑을 찾는 퀴어 청소년의 온전한 세계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어른들의 이해가 필요한 세계가 아닌,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생한 세계. 온갖 품평은 잠시 접어두고, 형형색색의 반짝거림으로 가득 메워진 그들의 시간을 마음 놓고 따라가보자.


샤오원 왕 감독의 <코쿤 러브>, 알렉산더 콘라즈 감독의 <용맹하게>, 에모리 차오 존슨 감독의 <바인드>는 퀴어 청소년들의 보이지 않는 고립과 상처를 포착한다. 영화 속 청소년들은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보호와 지지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가까운 사람과 나누었던 감정이 지리멸렬하게 소멸할 때의 상실감을 겪는 등 복합적인 위기와 마주한다. 아득히 멀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할 수 있는 최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순간을 그려내고 있는 세 작품은 퀴어 청소년의 사랑이 보편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 일지 함께 고민하게 한다.

 

크리스 라이라 감독의 <방파제>는 상처받은 기억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연대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세상의 낙인으로 인해 소진된 마음들이 화음을 이루고, 그 화음이 노래로 울려 퍼질 때, 그들은 비로소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사랑을 말한다.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단 먼발치에서 이들의 진솔한 눈맞춤을 관조한다. 물론 대단한 사명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고요하게 몸짓할 뿐이다. 그리고 그 몸짓은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캐터린 마티노 감독의 <소녀들은 밤에 혼자 걸어 다녀서는 안 된다>, 엠마누엘 마타나 감독의 <오딧세이>, 티투앙 르 구이 감독의 <웨이(스)트>는 볕이 스몄다, 스며든 볕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적셨다, 바람을 타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날아가는, 그러한 사랑의 과정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소녀들은 밤에 혼자 걸어 다녀서는 안 된다>는 그야말로 사랑의 시작이다. 고등학교 졸업파티가 끝난 후 예상치 못하게 함께 밤길을 걷게 된 ‘샹탈’과 ‘델핀’처럼, 사랑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사랑의 감정이 호흡을 통해 내뱉어지고 상대방이 이를 들이마실 때, 알 수 없는 단단한 용기가 그 주변을 촘촘하게 에워싼다. <오딧세이>는 사랑이 심화되는 과정을 발랄하고 유쾌한 망상으로 설명한다. 사랑에 빠져 있는 매 순간이 바로 무수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내 하루를 채워주는 비타민이 된다. <웨이(스)트>는 사랑의 소멸이다. 설레었던 감정은 일순간 희석되고 투명해진다. 견고하고자 했던 사랑이 산산이 부서져 시야를 가리겠지만, 이것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된다면, 소멸이 마냥 두렵지 않을 것이다. 세 작품은 자신의 고유한 사랑을 통해 만들어지는 퀴어 청소년의 세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