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월드-퀴어 시네마 ⑥ [둘러싼 장벽을 넘어] <퀴어로 산다는 것>


유지원 기자단


모든 사람은 살면서 예기치 못한 시련을 직면한다. 그러나 당신이 퀴어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예기치못한 시련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눈 앞에 당면한 문제들 또한 수두룩하다. 커밍아웃, 사회의 시선, 결혼, 제도적 보호 등 해결해야 할 또는 넘어야만 하는 장벽들이 있다. 

 

이성애 중심적 사회의 파편 | <아무도 모르게>

사람이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듯, 개개인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밝히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커밍아웃을 해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이게 과연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 식사 내내 여자와 손을 잡고 있는 악몽을 꾼 맥스는 클로짓 게이이다. 그런 맥스의 현실은 꿈과 크게 다르지않다. 친구들은 여자 얘기만 하고 심지어 한 명을 맥스와 이어주려 하기까지 한다. 가족과의 식사 시간에도 아버지는 당연한 듯 맥스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를 묻는다. 정작 맥스는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클로짓 게이인 맥스가 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이성애 중심적이다. 커밍아웃이 진정한 선택의 영역이 되려면 이 이성애 중심적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 애초에 이성애 중심적 사회가 아니었다면 커밍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을 일이다.

 

낙인 | <커플>

퀴어는 퀴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공격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때때로 들려오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뉴스 기사들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커플>은 혐오 범죄의 피해자인 게이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다. 마르코와 루시아노는 공공장소에서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혹시 자신들의 편이 있지는 않을까 기사와 SNS을 확인해보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학교로 출근한 마르코는 동료 선생님과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 책임자가 마르코를 불러서 하는 말은 ‘잊어버리자’. 마치 둘을 위한 세상, 그들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은 집 밖에 없는 것 같다. 직장, 길거리, 인터넷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을 환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아노는 퇴근하는 마르코를 마중 나간다. 공포에 잠식 당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연인의 손을 잡으며, 둘은 그들의 일상을 다시 찾아간다.

 

사랑이 불법인 나라 | <맹인모상>, <탄자니아의 퀴어들>

현재 30여 개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다. <맹인모상> 속 리타의 고향 우간다에선 동성애자에게 종신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탄자니아는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한다. 더 최악인 것은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는 국가도 있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있다가 적발된 리타는 이런 이유로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독일로 망명 신청을 한다. 하지만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고 믿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리타와 같은 이유로 <탄자니아의 퀴어들>의 주인공들은 영화에 얼굴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꽤 최근까지 동성애자 색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탄자니아. 그곳에 사는 퀴어들도 모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을 꿈꾸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리타는 우간다로 돌아가면 종신형이지만, 독일에서 불법체류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밖에 처해지지 않는다. 고향에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아주는 곳도 없는 것이 아프리카 퀴어들의 현실이다.

 

당신은 퀴어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커밍아웃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오픈 퀴어로 산다면 당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언어적, 신체적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의 국적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혹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 할 수도 있다. 허나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은 누구보다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보고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자성(自醒)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줄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어떠한 장벽의 압박에도 무너지지 않을 힘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