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지 기자단
해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퀴어 영화들이 꾸준히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퀴어들의 삶의 조형을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상의 뿌리 깊은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도 소수자를 향한 긍정의 인식이 시간에 따라 확장되면서, 우리가 소위 ‘인생 영화’라 칭하는 작품들 사이에 퀴어 영화가 자연스레 자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퀴어 영화는 여전히 서구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차지한다. [월드-퀴어 시네마9: 아시아, 아시아인 그리고 퀴어] 섹션은 주류의 시선 밖으로 밀려나 비교적 소외되었던 동양권 국가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한다. 이채로우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시아인 퀴어들의 특별한 순간을 읊조리며 해당 섹션은 관객을 향해 반갑게 손짓한다.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연대의 출발점에 섰던 대만의 이야기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만은 동성혼 법제화와 관련된 수많은 담론을 이끌어내며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의 합법화를 쟁취한 국가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대만의 퀴어 영화는 어두운 실상의 단편만을 관조하길 거부하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무장한 채 프레임을 찬연하게 메운다. 궈샹싱 감독의 <가볍게 스윙>은 아빠만 둘인 초등학생 ‘추추’의 유쾌 발랄한 반항기를 그려낸다. 사회가 쉽사리 용인하지 않는 ‘퀴어(Queer)’ 가족에 속하게 된 주인공 추추는 피할 수 없는 혼란과 마주한다. 갈등을 직면하고 해소해나가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은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인물들의 감정을 풍성하게 끌어올리고, 추추의 가족이 지닌 에너지는 세상을 향해 가볍게 스윙한다. 장쭝제 감독의 <멍멍씨와 야옹씨>는 탈인형을 쓴 어른 멍멍씨와 아이 야옹씨의 비밀스럽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다룬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지만 외로운 멍멍씨. 엄마의 부재로 외로운 야옹씨. 나이를 막론하고 찾아온 공허함과 맞서 싸워 나가며 멍멍씨와 야옹씨는 희망으로 서로를 다독이고자 한다.
량 자오 감독의 <중영사전>과 산 우트마샤 감독의 <소이 소스>는 퀴어 이민자의 삶과 사랑의 순간을 목격한다. <중영사전> 속 중국인 여성과 미국인 여성은 걸터앉아 이야기를 속삭인다. 표정과 몸짓이 스칠 때 오롯이 떠오르는 모종의 감정은 서로를 향한다. 그러나 영화는 말한다. 음식의 유통기한이 지나고, 사람도 지나고, 사랑도 지난다고. 지나감을 경험하며 주인공이 얻게 될 배움은 무엇일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이 소스>는 백인 남성과 베트남 남성의 동거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포착한다. 베트남 남성은 백인 남성을 위해 정성스레 요리를 대접한다. 그러나 식탁 위에선 사랑과 인정의 언어가 아닌, 일방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만이 오고 간다. <소이 소스>는 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사랑 뒤에 숨어있는 권력을 날카롭게 드러냄으로써 퀴어 이민자들을 둘러싼 불화와 차별을 강렬하게 폭로한다.
해당 섹션에서 랏차뿜 분번차초케 감독의 <빨간 독수리>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냉전 시대 태국 영화의 관례를 답습한 본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는 사회가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로 더빙된다. 트랜스젠더 여성 스파이인 ‘앙’의 목소리는 통통 튀는 예쁜 목소리, 그리고 반정부 활동가로 낙인 찍힌 ‘지트’의 목소리는 마치 악랄하고 한심한 목소리로 들린다. 앙은 당국의 지시를 받아 학생 활동가인 지트를 유혹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시스젠더 게이로 변장한다. 그러나 앙과 지트 사이에 예상치 못한 사랑이 찾아오면서, 이들은 입혀진 목소리가 아닌 진실한 목소리를 내고자 용기낸다. 스파이와 타깃의 위태로운 로맨스 서사, 냉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연출. <빨간 독수리>는 존엄을 되찾고 각종 라벨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과정을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펼쳐낸다.
최민지 기자단
해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퀴어 영화들이 꾸준히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퀴어들의 삶의 조형을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상의 뿌리 깊은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도 소수자를 향한 긍정의 인식이 시간에 따라 확장되면서, 우리가 소위 ‘인생 영화’라 칭하는 작품들 사이에 퀴어 영화가 자연스레 자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퀴어 영화는 여전히 서구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의 스크린을 차지한다. [월드-퀴어 시네마9: 아시아, 아시아인 그리고 퀴어] 섹션은 주류의 시선 밖으로 밀려나 비교적 소외되었던 동양권 국가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한다. 이채로우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시아인 퀴어들의 특별한 순간을 읊조리며 해당 섹션은 관객을 향해 반갑게 손짓한다.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연대의 출발점에 섰던 대만의 이야기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만은 동성혼 법제화와 관련된 수많은 담론을 이끌어내며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의 합법화를 쟁취한 국가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대만의 퀴어 영화는 어두운 실상의 단편만을 관조하길 거부하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무장한 채 프레임을 찬연하게 메운다. 궈샹싱 감독의 <가볍게 스윙>은 아빠만 둘인 초등학생 ‘추추’의 유쾌 발랄한 반항기를 그려낸다. 사회가 쉽사리 용인하지 않는 ‘퀴어(Queer)’ 가족에 속하게 된 주인공 추추는 피할 수 없는 혼란과 마주한다. 갈등을 직면하고 해소해나가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은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인물들의 감정을 풍성하게 끌어올리고, 추추의 가족이 지닌 에너지는 세상을 향해 가볍게 스윙한다. 장쭝제 감독의 <멍멍씨와 야옹씨>는 탈인형을 쓴 어른 멍멍씨와 아이 야옹씨의 비밀스럽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다룬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지만 외로운 멍멍씨. 엄마의 부재로 외로운 야옹씨. 나이를 막론하고 찾아온 공허함과 맞서 싸워 나가며 멍멍씨와 야옹씨는 희망으로 서로를 다독이고자 한다.
량 자오 감독의 <중영사전>과 산 우트마샤 감독의 <소이 소스>는 퀴어 이민자의 삶과 사랑의 순간을 목격한다. <중영사전> 속 중국인 여성과 미국인 여성은 걸터앉아 이야기를 속삭인다. 표정과 몸짓이 스칠 때 오롯이 떠오르는 모종의 감정은 서로를 향한다. 그러나 영화는 말한다. 음식의 유통기한이 지나고, 사람도 지나고, 사랑도 지난다고. 지나감을 경험하며 주인공이 얻게 될 배움은 무엇일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이 소스>는 백인 남성과 베트남 남성의 동거라는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포착한다. 베트남 남성은 백인 남성을 위해 정성스레 요리를 대접한다. 그러나 식탁 위에선 사랑과 인정의 언어가 아닌, 일방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만이 오고 간다. <소이 소스>는 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사랑 뒤에 숨어있는 권력을 날카롭게 드러냄으로써 퀴어 이민자들을 둘러싼 불화와 차별을 강렬하게 폭로한다.
해당 섹션에서 랏차뿜 분번차초케 감독의 <빨간 독수리>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냉전 시대 태국 영화의 관례를 답습한 본 작품 속 인물들의 목소리는 사회가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로 더빙된다. 트랜스젠더 여성 스파이인 ‘앙’의 목소리는 통통 튀는 예쁜 목소리, 그리고 반정부 활동가로 낙인 찍힌 ‘지트’의 목소리는 마치 악랄하고 한심한 목소리로 들린다. 앙은 당국의 지시를 받아 학생 활동가인 지트를 유혹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 시스젠더 게이로 변장한다. 그러나 앙과 지트 사이에 예상치 못한 사랑이 찾아오면서, 이들은 입혀진 목소리가 아닌 진실한 목소리를 내고자 용기낸다. 스파이와 타깃의 위태로운 로맨스 서사, 냉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연출. <빨간 독수리>는 존엄을 되찾고 각종 라벨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과정을 기발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