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커런트이슈 ① [몸과의 투쟁] <Body is a Battle Ground>

관리자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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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수 기자단


“Your Body is a Battle Ground”. 몸은 투쟁의 장이다. 몸은 정치적이다. 스스로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과 성적 욕망은 정치적이다. 나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 ‘규범적’ 신체의 기준과 깊게 관련을 맺고, 그러한 기준에 따라 어떤 몸을 가진 이들은 성적 욕망을 제한하거나 숨기기를 요구된다. <모가나>와 <바디 프라이드>는 이러한 투쟁의 장으로서 몸을 다룬다. <바디 프라이드>는 나체 워크샵을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와 사랑, 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가나는 소위 ‘정상 사회’에 속하고자 충실히 40여년을 살아왔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잃었고, 에스코트를 통해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얻은 후 페미니스트 성인 영화를 제작하며 스스로의 성적 욕망을 표현할 힘을, 나아가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보았다. 


어떻게 몸을 사랑할 수 있을까. 몸을 혐오하기는 너무나 쉽다. 특히 비규범적 신체를 가진 이들에게 그렇다. 나이가 적든 많든, 마르든 뚱뚱하든 여성의 몸은 언제나 평가의 대상이 된다. 남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몸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다. 디스포리아를 느끼는 젠더 퀴어는 원하는 몸의 형태와 실제 자신의 몸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뚱뚱하면 매력적이지 않고, 따라서 성적일 수 없다는 통념은 우리를 지배해서 여러 방식으로 몸과 몸을 바라보는 시선에 상흔을 남긴다. <바디 프라이드>에서 나체 워크샵에 참가한 이들과 모가나의 이야기에서 관객은 사회가 말하는 몸의 이상적 기준이나 마땅히 느껴야 하는 감정, 몸에 대한 편견들로 인해 몸을 사랑하는 일이 몹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그러한 혐오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몸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바디 프라이드> 속 참가자들은 몸에 대한 대안적인 말하기를 하는 이들과 관계맺으며 정상성 규범에서 벗어난 경험, 혹은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공유한다. 모가나가 페미니스트 성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성적 욕망의 발화자로 상정되지 못하는 몸; 뚱뚱한 중년 여성의 몸을 가진 모가나가 목소리를 얻고 스스로의 몸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은 여전히 볼 수 없지만 카메라만 돌아가면 자신의 모습이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인 영화를 통해 모가나는 플러스사이즈 중년 여성으로서 성적 욕망과 호기심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중년 여성의 몸에 대해 다른 방식의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결국 몸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사회의 통념은 각 개인의 성적 욕망을 구성하고 표출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운동으로서 페미니스트 성인 영화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여기에 있다. 여성들이 남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내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지 표현하는 것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가부장제로부터 거리 두는 방식으로 재정의할 기회를 제공한다. 


상영 이후 Q톡은 <모가나>를 중심으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칠월과 함께 진행하였다.  칠월은 누드모델을 약 6년 동안 해왔고, 여성주의 포르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성매매와 SM, 포르노가 페미니즘적 실천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실에서 착취가 존재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포르노와 성매매, BDSM이 적극적 동의 하에서 이루어질 때 페미니스트의 실천일 수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모가나가 그러한 예가 된다. <모가나>에서 모가나가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을 지켜보면 어떤 포르노는 착취의 구조 하에 들어 있지 않고 오히려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해 말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B와 탈코르셋이 페미니스트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유일한 도구이자 페미니즘의 유일한 전략처럼 이야기되는 현 페미니즘 진영 내의 담론을 언급하며, 이것이 갖는 이성애중심적 한계 너머를 <모가나>를 통해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칠월은 제안한다. 모가나가 표현하는 성적 욕망과 상상력을 통해 이성애 밖의 섹스에 대한 가능성을 볼 때, 관객은 여성의 성적 욕망과 페미니즘이 함께 갈 수 있는 방식으로 페미니즘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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