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괴물, 유령, 자유인]난해함이라는 자유

난해함이라는 자유

켄 기자단

영화 <괴물, 유령, 자유인>은 괴물이 되기 두려웠던 성심이 이전과 다른 삶을 다짐하는 ‘괴물’, 삶을 사랑하는 성철이 영원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유령’, 은수가 헤어진 성심과 재회하는 ‘자유인’ 총 3부로 구성된다. 그리고 스피노자라는 키워드가 모든 스토리를 관통하며 커다란 주제를 만든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날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는 현실의 절망 너머 전망과 희망을 꿈꾼 철학자로 유명하다. 이런 스피노자의 가치관을 담은 <괴물, 유령, 자유인>은 스토리 종결 이후에 있을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성심은 대학교 계약직 교수다. 동시에 레즈비언이고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숨으려 한다. 우거진 수풀 속에서는 은수와 키스하지만 사방이 훤한 길에서의 애정 행위는 회피한다. 이것은 택시기사의 혐오 발언에 침묵하는 장면과 연결된다. 스크린은 심의 심리를 따라 어두워지다가 흑백에 이르기까지 한다. 특히 전망을 꿈꾼 스피노자 관련 강의를 진행하는 성심의 모습이 흑백 처리되는 것은 현재 성심에게 어떤 전망과 구원되는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성심이 1부말미에 구원을 바라지 않으며 제약에 복종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직시하는 제3의 눈을 지닌다.

성심에게 제3의 눈을 준 존재는 2부 중심인물인 성철.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혼란시키는 성철은 ‘유령’이라는 테마를 가장 잘 살린 인물이다. 스토리 라인이 삶, 등장인물을 육체와 영혼을 지닌 상징체라고 가정한다면 육체 없는 영혼 상태의 성철은 영화 전반에 등장해 이야기의 영역을 무너뜨린다. 이를 통해 육체적 삶만이 존재에 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리적 육체가 욕망‧쾌락으로 영혼을 속박하고 감시하는 감옥이라는 말처럼 육체는 영혼이 세계의 근원으로 다가갈 수 없도록 제한하는 속박구라는 점을 인용하기 때문이다. 2부의 마지막에서 은수는 고독하고 깊은 잠에서 깬 성심에게 “여기서 나가자”고 한다. 이내 수조와 감옥에 갇혀 있던 성철이 탈출하고, 성철은 육체에 한정되지 않은 채 어디든 갈 수 있는 유령이 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어둡고 좁은 방에서 ‘무지개 건너 사랑이 허락된 세계’를 꿈꾸는 은수가 나온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과 제3의 눈을 뜬 성심, 죽은 후에도 세계 곳곳에 자유롭게 존재하는 스피노자, 2부에서 죽었다는 암시가 나온 성철도 등장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령>에 길거리 캐스팅되어 서로에게 “이곳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며 자신들이 자유롭고 축복받은 존재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너머로 신나게 달려가는 은수와 성심을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끝나고, 두 이야기는 하나의 결말로 묶인다.

‘끝’, ‘종결’, ‘죽음’은 질서 있는 세계를 형성하는 마지노선이다. 그 질서를 벗어나면 끝이라고 여기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괴물, 유령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은 우리는 슬픔 속에서 기쁨을 만들고 절망에맞춰 희열에 찬 춤을 추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유인(괴물, 유령)의 이상하고 아름다우며 자유로운 세계를 위해서는 기존 법칙을 무너뜨려야 하고, 이 영화는 그 작업을 격려한다. 어쩌면 1부에서 성심에게 사과를 건네며 “기쁨과 전망을 믿겠다”고 말한 학생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