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월드-퀴어 시네마 ① [경계 없는 나의 몸] <‘남자’,’여자’가 아닌 함께하는 ‘우리’>


최민지 기자단


 우리들의 몸은 인간이 건설해낸 문명 하에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과 동물의 몸,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몸, 흑인과 백인의 몸, 남성과 여성의 몸 등으로 나뉘어진 경계적 존재로서 기능해왔다. 경계에 속하지 못한 몸은 차별과 혐오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가닿지 못한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진다. [월드-퀴어 시네마1: 경계 없는 나의 몸]은 철저히 배제되어 온 몸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관객을 엄연히 존재하는 몸들과 관계 맺게 한다. 젠더가 각인된 규범화된 몸에 저항하며 그 경계를 자유로이 헤엄치고자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마음 속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계선을 마주하게 하고,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헤매다, 다시금 발걸음을 떼고자 하는 그들의 강인한 여정은 간절하고, 치열하며, 아름답다.


 <머비스>와 <리웨이>는 ‘우리는 아름답다.’ 라는 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완전한 타인인 관객의 시선은 그들의 몸을 새로운 유형의 몸으로 재탄생 시키고, 그렇게 탄생된 몸은 몸을 마주하고 세상을 감각하는 데 있어 확장된 접근을 가능케한다. 다 같은 사회이나, 모두가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사회. 사랑하지만, 포용할 순 없는 사회. 이와 같은 사회에서 존재하고, 기꺼이 자기 삶을 살아가는 영화 속 소수자들은 몸의 근원을 향해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나아간다.

 <언제나, 앰버!>는 보다 개인적이고 친밀한 거리에서 앰버의 유일무이한 삶의 이야기를 포착한다. 개인의 실존을 성별로 이분화 하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방절제술로 육체를 트랜지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트랜지션을 위해 성 정체성 장애라는 기준에 부합되는 답변을 취해야만 하는 가혹한 앰버의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을 부각시킨다. 성 정체성 장애에 적합함을 진단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뻐하던 앰버의 모습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유는 왜 일까. 이를 과연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 수용할지 혹은 또 다른 억압의 반복으로 고찰할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정형화된 성 개념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또 다른 젊은 ‘그들’에게 대체 불가한 응원과 위로를 보탠다. 그 어떠한 잣대와 경계에도 자신을 가두지 않는 앰버의 모습에서 우리는 흔치 않은 ‘어떤 순간’을 선물받는다.

 성 정체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해야 한다는 사회 체계에 길들여진 우리는, 문화예술영역의 전면에 배치된 성소수자를 바라보며 미묘한 ‘낯섦’을 느낀다. 혐오는 본질적으로 낯섦에서 기인되곤 한다. 낯섦을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를 구획짓는 지표가 아닌 즐거움과 새로움을 좇는 여정으로 인식한다면, 이분법으로 점철된 시선 앞에서 함부로 오단하지 않는 건강한 사회로 향해갈 수 있다고 감히 희망해본다. 영화 속 인물들의 벌거벗은 육체는 관객에게 편견 없는 시선을 호소한다. 진정한 자유는 이질적인 모양의 삶과 육체가 서스럼없이 공존할 때 비로소 싹을 틔울 것이다. 매분 매초 사회의 기준에 속하지 못한 다양한 존재들이 끊임없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주변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함께하는 ‘우리’는,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존재이다. 모두가 ‘이대로의 나’로서 온전할 수 있도록, 무탈히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천천히, 그렇지만 단단하게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변화에 긍정적으로 동참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