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 월드-퀴어 시네마 ⑧ [퀴어 어라운드 아시아] <함께 살아감에 대하여>

유연수 기자단


나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함께 여기에 있다. 시스젠더 이성애 중심 사회의 규범에서 빗겨나는 나, 우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어디에나, 당신의 곁에도 있다. <나는 여기에 있다–우리는 함께 있다>를 통해 아사누마 토모야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영화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도, 그들의 앨라이가 될 많은 이들에게도 이야기를 건넨다. 트랜스젠더가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불편, 사회적 억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하여 가중되는 어려움, 일상을 살고 있는 다양한 트랜스젠더의 삶과, 꼭 살아남아 달라는 부탁, 변화를 위해 조금씩 행동하자는 제안, 우리는 여기에 있다는 외침.

외형과 호적 상의 성별이 다른 것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일상 자체가 흔들리는 데에까지 닿기도 한다. 그렇기에 성별변경법은 필요하다. 그런데 성별 변경의 요건이 너무나 높다. 거금이 들고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수술이 필수적이고, 시행 초기 5년 동안은 ‘무자녀 요건’ 또한 존재했다. 이미 자녀가 있는 당사자는 자녀를 죽여야 성별정정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렇게 높은 정정 기준을 갖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일본 내에서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다루며 여러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성별 정정을 통해 결혼을 한 사람도 있고, 성별 정정을 하지 않기를 택한 사람도 있다. 법적 성별을 변경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나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수술은 했지만 외동이기에 후손을 남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가문을 잇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성별 정정을 하면 파트너, 아이와 법적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 좋지만, 제도에 맞추기 위해 원하지 않는 수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이>는 <나는 여기 있다–우리는 함께 있다>에서 다룬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선을 좁혀 두 사람을 다룬다. 규범에 어긋난 존재로서 시골인 고향에서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카이와, 그 곳을 벗어나 도쿄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파트너 에린. “이런 곳에서도 우리 같은 두 사람이 같이 떨어지지 않고 살아가면 그 뿐”이라고 카이는 말한다. 자신을 ‘비정상’이라 취급하고 배제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존한다. 온천을 운영하는 주인과 카이의 관계에서 연대의 고리를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를 도울 수 있고, 달라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두 영화에서 여러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와 이야기가 전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여기 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두려움, 분노, 기쁨을 공유할 때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