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다채롭게 확장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지평

다채롭게 확장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지평

조병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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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단편5: 컬러풀 퀴프> 섹션에서는 마치 퍼레이드처럼, 전 세계의 성 소수자가 어떻게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주인공들을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말은 없다. 각 영화의 주인공들은 너무도 다채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상영작마다 종횡비와 색감, 촬영 기법과 미장센 등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듯, 극 중 모든 성 소수자는 자신만의 경험과 감정을 영상언어로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공룡이 좋아; 나는 나야

<브리엘라>의 주인공 브리엘라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당당하고 성숙한 어린이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으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줄 하는 용감함을 겸비하고 있다. “남자아이인게 싫었던” 브리엘라는 “이제 저는 여자아이니까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여전히 공룡이 좋다”는 말을 끝으로 영화가 끝난다.

<무럭무럭 자라는 법>은 애니메이션으로 누구에게나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 젠더에 접근한다.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영상에서 내뱉는 말들에 따르면 젠더는 “가지고 태어난 것”일 수도, “사회 구조”일 수도, 혹은 “몸의 정체성”일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음성으로만 등장하는 문장들과 목소리들의 주인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과 지식을 향유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마마퀸>의 주인공 데니스의 말처럼 우리 모두 자기 스스로를 연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체의 상태로 태어나고, 나머지는 모두 드랙’을 하며 살아간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드랙 퍼포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너무나 다채롭고, 해당 섹션의 ‘관객’으로 분한 당신은 더욱 확장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지평에서 가장 다채로운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을까?

마음 훈훈해지는 극영화 <오이스터>에서 주인공 로즈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위해 가수 생활을 하며 자신이 그간 살던 곳을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곧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처지에 놓인다.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사람이라고는 전날밤 자신의 공연을 비꼬던 남성뿐. 그는 어떻게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을까?

<어디서나 이방인>의 주인공 루비는 종종 이방인으로 오해받지만 런던 출신의 영국인이다. 그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직업과는 다르게 자주 혼자 있고 눈치를 보는 성격이다. 어느 날 공연을 찾아온 한 관객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무대 위 모습과 다른 일상 속 루비에게 관객은 실망하고 아침이 밝자, 루비에게 상처의 말들을 한다. 상처 입은 루비는 결국 자신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혹은 반복되던 일상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자 이어폰을 끼고 자신만의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