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여기가 폴리아모리 맛집인가요? <투 인 더 부시; 권리만이 부정의를 멈출 수 있다>

여기가 폴리아모리 맛집인가요? <투 인 더 부시; 권리만이 부정의를 멈출 수 있다 >

위정연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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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인 더 부시>의 부제목은 ‘러브 스토리’ 이다.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라고 얼핏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바로 두 명이 아닌 세 명의 사랑이라는 점이다. 즉, 다자 연애(open relationship), ‘폴리아모리’에 관한 영화인 것이다. 다자 간 연애를 생전 처음 겪는 주인공 ‘에밀리’의 온갖 고민과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 한 편의 성장 영화다. 주제를 보다 넓혀 ‘BDSM’과 성 노동자의 현실과 처우에 대해서도 다룬다. 어쩌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차용하여 관객을 시종 유쾌하고 즐겁게 한다.

에밀리는 자신의 여자친구 케이트와 동거 중이다. 예상과 다르게 업무가 일찍 끝난 어느 날, 에밀리는 케이트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다. 설상가상으로 케이트는 에밀리에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그 자리에서 통보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다음 날 아침, 에밀리는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듣는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이 단 이틀 만에 벌어진다. 사랑, 직장, 집을 모두 다 잃게 된 에밀리. 정확히 그날을 기점으로 에밀리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에밀리는 친구의 소개로 ‘던전’이라는 BDSM 성 노동 공간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에밀리는 자신의 보스 니키 그리고 니키의 남자친구 벤 모두와 사랑에 빠진다. 처음으로 갖는 폴리아모리 관계에 혼란스러운 에밀리에게 니키와 벤은 ‘이쪽 세계’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 준다. 에밀리는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그는 두 개의 장애물과 싸워야만 했는데, 하나는 타인의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이다. 다자연애에 죄책감을 느끼는 에밀리에게 친구 로사는 말한다. “책이든 영화에서든 본 적이 없다고 무조건 틀린 건 아닌 거 알지? 뭐가 맞는지는 너만 아는 거지.”

그 후 에밀리는 자신의 오랜 꿈인 필름 메이커로서의 행보를 꾸준히 밟아나간다. 그는 ‘던전’을 무대로 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권리만이 부정의를 멈출 수 있다(Only rights can stop the wrongs)>를 만든다. 영화의 속편처럼 느껴지는 이 다큐멘터리는 <투 인 더 부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성 노동자들의 삶을 멋대로 추측하거나 비난하지 말자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는 것이다. 영화 <투 인 더 부시>는 에밀리의 다큐멘터리가 관객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감독 로라 마달린스키(Laura Madalinski)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이야기를 영화 속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투 인 더 부시>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다.

<투 인 더 부시>는 6월 7일 3관 퀴어미드나잇과 6월 9일 13시 2관에서 관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