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커런트 이슈: 피어키즈]<피어키즈>, 날 것의 아름다움

<피어키즈>, 날 것의 아름다움

김도현 기자단

영화 <피어키즈>는 스톤월 항쟁으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의 미국에서 살아가는 세 명의 홈리스 흑인 청소년의 삶을 조명한다. 부두(pier) 근처에 있는 뉴욕 크리스토퍼 거리가 그들의 집이다. 이곳은 가족으로부터 성별정체성/성적 지향을 존중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알음알음 모여들어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한 곳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원하는 옷을 입고, 춤추고, 노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영화에 담겨 있다. 이곳에 오래 머무른 사람들은 처음 크리스토퍼 거리에 도착한 청소년들에게 ‘게이 아빠’ ‘게이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자처하며 나름의 안전망이 되어준다. 그들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어준다.


그러나 낭만적인 퀴어들만의 ‘아지트’를 벗어나면 그들의 안전과 존엄에 대한 위협들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매일을 살아갈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성노동을 하거나, 마트에서 몰래 음식을 훔치는 게 이들에겐 일상이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고, 작은 다툼에도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체포해 가는 일이 다반사다. 무엇보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가족들의 경제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하기란 한없이 어려운 일이다.


<피어키즈>는 특히 퀴어 ·흑인·청소년·홈리스 등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의 소수자성을 보여준다.  성별 정체성이 신분증과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가 집 임대에 어려움을 겪고, 탈가정한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쉼터 입소를 거부당하는 한국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하다.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소수자들을 위한 주거 정책과 지원의 필요성을 이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피어키즈>는 뉴욕의 화려한 모습에 가려진 크리스토퍼 거리의 어두운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비춘다. 누군가가 죽고, 얻어맞고, 매일의 생존을 걱정하는 곳.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은 절망하지만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에 맞서 대차게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투쟁한다.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돌보며 삶을 꾸려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누가 봐도 극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지만, 쉽게 타인의 동정을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