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리뷰-그 해 트랜지션]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영 기자단

다시 보니 참으로 반가운 영화다. 2018년 제18회 한국퀴어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던 론 클락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 해 트랜지션>이 20회를 맞이한 올해 영화제에서 특별전의 형식으로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2018년 상영 이후, 줄곧 트랜지션에 관해 얘기가 오고 갈 때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작품이었을 뿐 아니라 올해 제주여성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2020년. 전과 달리 많은 것들이 변해버린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영화가 다시 찾아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해 유독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 비난과 혐오가 여기 저기서 봇물 터져 나오며 우리의 일상을 물들였고, 우리 각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정서적 거리감은 우리 모두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세상과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사(a.k.a 알리아)와 나란히 서 서 연대하는 론 클락슨 감독과 FTM(Female To Male)의 수많은 동료들처럼 영화 <그 해 트랜지션>은 각자의 상황이 어떠하든 우린 이 길고 외로운 시간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음을 관객 모두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너무 위축되어 있다 보니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나 때문에 일어나는 것 같고, 이런 상황은 하필 나에게만 일어났으며 나는 지금 그 문제들 속을 허우적대고 있는. 주인공인 이사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1년이라는 그 시간의 겹겹을 카메라로 속속히 파헤쳐보는 동안 이사 역시 두어 번의 큰 심적인 고비 앞에서 악화된 상황의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하지만 감독은 이사에게, 또 우리에게 돌턴 코날리(이사의 젠더 상담사)가 건네는 말로서 그건 너의 책임이 아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또 이사가 자책을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다른 FTM 동료들의 후일담이 그 뒤를 따른다. 이사가 온데간데없고 밋밋해져 버린, 감각 없는 자신의 잘려나간 가슴처럼 자신의 삶도 그 의미를 잃은 것 같다며 깊은 외로움과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면, 모두가 처음 겪어온 일이지만, 이사가 겪어온 길을 이미 걸어온 이들은 덧붙이는 따스한 말 한마디를 덧붙인다. ᄀ리고 그들은 이사는 혼자가 아님을 말해주며 진심 어린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외관상의 신체를 바꾸는 수술은 그저 트랜지션의 길을 선택한 이들이 넘어야 하는 하나의 허들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그걸 겪어왔고, 이사도 그걸 의연하게 잘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감독과 인터뷰 속 동료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영화 <그 해 트랜지션>은 말할 수 없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많은 '이사'들에게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