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수 기자단
사랑만으로 퀴어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 없이 퀴어를 말할 수도 없다.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 월드-퀴어 시네마의 두 번째 섹션, [퀴어를 위한 세레나데]는 퀴어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타인을 만나 서로에게 끌려 우리가 되고, 또 다시 각자가 된다. 본 섹션의 영화들은 사랑의 시작 혹은 소멸을 묘사하며 사랑의 어떤 속성을 보여주는 파편이다. 사랑의 시작에도 끝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 어떤 장벽을 넘어야 한다. 사랑의 시작은 부끄러운 습관을 공유하는 것, 잠깐 손이 스치는 것, 눈을 맞추는 것, 문을 여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랑의 시작은 우연하며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하지만, 사랑의 소멸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 그래서 슬프고 정확한 것이다(경애의 마음의 구절을 일부 변형하여 인용)[1]. 사랑은 끌림, 다가감, 설렘, 달콤함, 용기, 미래, 바닷속으로 추락하는 비행기, 깨끗하고 하얀 끝이다.
사랑의 시작과 달콤함: <밀물과 썰물이 평행할 때>, <외로운 왕자>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시작할 때의 짜릿함, 서로를 향한 끌림, 끌림을 표현하는 것, 친밀해지는 순간의 달콤함이 물씬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밀물과 썰물이 평행할 때>는 그런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돋보인다. 여름날 한 섬에서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육지의 엘리트 소년 린베이촨과 식당에서 일하는 섬 소년 천우난이 만난다. 잠깐 스친 손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천우난에게 린베이촨은 밤하늘의 가득한 별빛이 된다. <외로운 왕자> 또한 시작의 달콤함과 짜릿함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황금 모래국의 왕자와 그를 위해 조각상을 만드는 조각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대의 강렬한 모습, 아닌 척하지만 끌리는 시선. 규범을 넘어 용기를 낼 때 사랑이 시작된다.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시작되는 사랑: <퍼스널즈>, <터치스크린>, <플래쉬>
<퍼스널즈>에서 한 사람은 글로리홀이 뚫린 시트 뒤에 서 있다. 상대와는 그 시트의 구멍을 통해서만 연결된다. 그는 익명성과 긴장, 비관계적 성적 만족감의 충족으로 관계를 한계 짓는다. 이 사람의 공간에 찾아온 다른 이는 글로리홀에 기대되는 역할과 달리 이를 통해 그와 교감한다. 서로의 물어뜯은 손톱이 오가고, 손톱을 물어뜯는 이들 간의 교감이 오가고, 손가락이 닿는다. 찌릿. 시트 뒤에서 자신을 밀어내는 이에게 계속해서 용기를 내는 건 그 곳을 방문한 상대다. 시트가 보여주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의 장벽은 반투명한 시트 위로 서로의 손을 포개면서 조금씩 무너진다. <터치 스크린>에서 브라이언은 그의 벽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이를 만나 스크린으로만 맺는 관계를 벗어난다. 사랑은 어떤 벽에 균열을 내고 이내 깨지게 하여 한 사람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하는 것이다. <플래쉬>에서 주인공은 호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의 곁을 맴돌기만 한다. 우연한 마주침으로 끌린 누군가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노인과 만나면서, 끌림을 느낀 완전한 타인에게 다가가는 용기에 대해 깨닫게 되고, 마음의 장벽을 넘어서 솔직하게 호감을 표현한다.
사랑의 끝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오렌지>
4년의 연애를 끝내고 이별하고자 하는 두 연인은 “파티의 끝이지만 아무도 떠나길 원하지 않는다”. 상대가 떠나지만, 곧 붙잡는다. 관계의 관성은 용기 없이 그 관계를, 사랑을 끝낼 수 없게 한다. 그들은 용기 내어 “깨끗한 하얀 끝”을 맺는다. “더 이상 보지 않으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며. 지금은 힘들지만 더 보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관계를 정리하면, 언젠가 괜찮아진다. 그 둘의 “‘우리’는 시간이 지나 흐릿해진다”.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이별 중인 이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이와 행복했던 기억,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되었던 기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팽팽한 긴장감, 용기내어 다가갈 때의 벅참, 사랑의 달콤함, 시효가 다한 사랑을 끝낼 때의 씁쓸함을 느끼고 싶다면 [퀴어를 위한 세레나데]를 함께 보자.
유연수 기자단
사랑만으로 퀴어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 없이 퀴어를 말할 수도 없다.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 월드-퀴어 시네마의 두 번째 섹션, [퀴어를 위한 세레나데]는 퀴어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타인을 만나 서로에게 끌려 우리가 되고, 또 다시 각자가 된다. 본 섹션의 영화들은 사랑의 시작 혹은 소멸을 묘사하며 사랑의 어떤 속성을 보여주는 파편이다. 사랑의 시작에도 끝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 어떤 장벽을 넘어야 한다. 사랑의 시작은 부끄러운 습관을 공유하는 것, 잠깐 손이 스치는 것, 눈을 맞추는 것, 문을 여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랑의 시작은 우연하며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하지만, 사랑의 소멸은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 그래서 슬프고 정확한 것이다(경애의 마음의 구절을 일부 변형하여 인용)[1]. 사랑은 끌림, 다가감, 설렘, 달콤함, 용기, 미래, 바닷속으로 추락하는 비행기, 깨끗하고 하얀 끝이다.
사랑의 시작과 달콤함: <밀물과 썰물이 평행할 때>, <외로운 왕자>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을 시작할 때의 짜릿함, 서로를 향한 끌림, 끌림을 표현하는 것, 친밀해지는 순간의 달콤함이 물씬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밀물과 썰물이 평행할 때>는 그런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돋보인다. 여름날 한 섬에서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육지의 엘리트 소년 린베이촨과 식당에서 일하는 섬 소년 천우난이 만난다. 잠깐 스친 손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천우난에게 린베이촨은 밤하늘의 가득한 별빛이 된다. <외로운 왕자> 또한 시작의 달콤함과 짜릿함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황금 모래국의 왕자와 그를 위해 조각상을 만드는 조각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대의 강렬한 모습, 아닌 척하지만 끌리는 시선. 규범을 넘어 용기를 낼 때 사랑이 시작된다.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시작되는 사랑: <퍼스널즈>, <터치스크린>, <플래쉬>
<퍼스널즈>에서 한 사람은 글로리홀이 뚫린 시트 뒤에 서 있다. 상대와는 그 시트의 구멍을 통해서만 연결된다. 그는 익명성과 긴장, 비관계적 성적 만족감의 충족으로 관계를 한계 짓는다. 이 사람의 공간에 찾아온 다른 이는 글로리홀에 기대되는 역할과 달리 이를 통해 그와 교감한다. 서로의 물어뜯은 손톱이 오가고, 손톱을 물어뜯는 이들 간의 교감이 오가고, 손가락이 닿는다. 찌릿. 시트 뒤에서 자신을 밀어내는 이에게 계속해서 용기를 내는 건 그 곳을 방문한 상대다. 시트가 보여주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의 장벽은 반투명한 시트 위로 서로의 손을 포개면서 조금씩 무너진다. <터치 스크린>에서 브라이언은 그의 벽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이를 만나 스크린으로만 맺는 관계를 벗어난다. 사랑은 어떤 벽에 균열을 내고 이내 깨지게 하여 한 사람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하는 것이다. <플래쉬>에서 주인공은 호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의 곁을 맴돌기만 한다. 우연한 마주침으로 끌린 누군가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노인과 만나면서, 끌림을 느낀 완전한 타인에게 다가가는 용기에 대해 깨닫게 되고, 마음의 장벽을 넘어서 솔직하게 호감을 표현한다.
사랑의 끝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오렌지>
4년의 연애를 끝내고 이별하고자 하는 두 연인은 “파티의 끝이지만 아무도 떠나길 원하지 않는다”. 상대가 떠나지만, 곧 붙잡는다. 관계의 관성은 용기 없이 그 관계를, 사랑을 끝낼 수 없게 한다. 그들은 용기 내어 “깨끗한 하얀 끝”을 맺는다. “더 이상 보지 않으면 괜찮아진다”고 말하며. 지금은 힘들지만 더 보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관계를 정리하면, 언젠가 괜찮아진다. 그 둘의 “‘우리’는 시간이 지나 흐릿해진다”.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이별 중인 이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이와 행복했던 기억,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되었던 기억,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팽팽한 긴장감, 용기내어 다가갈 때의 벅참, 사랑의 달콤함, 시효가 다한 사랑을 끝낼 때의 씁쓸함을 느끼고 싶다면 [퀴어를 위한 세레나데]를 함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