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수 기자단
지금까지 많은 퀴어 영화에서는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성에 혼란을 느끼며 분투하는 청소년 퀴어들이 등장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족, 학교 등)에서 ‘타자’로 낙인찍히는 두려움을 가진 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다, 닫힌 벽장의 문을 열 듯(커밍아웃)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주된 플롯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커밍아웃의 결과는 대부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친구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 비극적인 양상을 띄었고, 극단적인 경우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의 월드-퀴어시네마 4 섹션은 좀 더 새로운 영화들을 선보인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체적으로 어두웠던 퀴어 영화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사실적인 드라마를 통해 청소년 퀴어들이 처한 현실을 담으면서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물들과 그들을 온전히 존중하는 공동체를 프레임에 담는다. <드라마라마>와 <발렌티나>는 정체화에 대한 고민 이후, 새로운 고민에 빠진 청소년 퀴어들을 조명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유명한 구절로 익히 알려져 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하듯, 누군가의 이름을 그대로 호명하는 것은 그로 하여금 존재론적인 증명을 완성시키고, 세계에 현존하는 존재로서 거듭나게 한다. 하지만 그 이름은 반드시 ‘그가 불리길 원하는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존중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라마>의 주인공 ‘진’은 ‘제이디’에게 ‘지니’라는 이름으로 놀림 받는다. 다른 친구들 또한 툭하면 진을 ‘지니’라며 놀려댄다. 진을 깔보고 무시하기위해, 진이 내빼거나 망설이는 순간이면 진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진은 단호히 경고한다. 자신을 ‘진’으로 부르라고. 영화의 주요한 주제는 청소년 퀴어들의 우정과 갈등이지만, 그 속에서도 진은 그 자체로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내적 욕망과 갈등을 경험한다. 영화는 ‘지니’가 아닌 그저 ‘진’으로서 충분히 포용되는 따스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발렌티나>의 주인공 ‘발렌티나’ 또한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발렌티나는 트랜지션 이전의 이름인 ‘라울’이 아니라 ‘발렌티나’로 불리기 위해 부모의 서명이 필요하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사회적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요구받는 억압도 경험하지만, 발렌티나는 여성으로서 겪는 성폭력과 MTF 트랜스젠더로서 혐오범죄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는 다중적 억압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이름은 발렌티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공동체의 인정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거듭나는 과정이고, 다중의 억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퀴어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브라질에서 82퍼센트의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중퇴를 경험하고, 그들의 평균수명은 35세다. 자신이 지칭되길 원하는 이름으로 호명되기 위한 투쟁은 국가와 세대를 막론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청소년 퀴어들의 삶과 고민은 더욱 진화되고 있다.
최현수 기자단
지금까지 많은 퀴어 영화에서는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성에 혼란을 느끼며 분투하는 청소년 퀴어들이 등장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족, 학교 등)에서 ‘타자’로 낙인찍히는 두려움을 가진 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다, 닫힌 벽장의 문을 열 듯(커밍아웃)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주된 플롯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커밍아웃의 결과는 대부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친구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 비극적인 양상을 띄었고, 극단적인 경우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제21회 한국퀴어영화제의 월드-퀴어시네마 4 섹션은 좀 더 새로운 영화들을 선보인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체적으로 어두웠던 퀴어 영화들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사실적인 드라마를 통해 청소년 퀴어들이 처한 현실을 담으면서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물들과 그들을 온전히 존중하는 공동체를 프레임에 담는다. <드라마라마>와 <발렌티나>는 정체화에 대한 고민 이후, 새로운 고민에 빠진 청소년 퀴어들을 조명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유명한 구절로 익히 알려져 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하듯, 누군가의 이름을 그대로 호명하는 것은 그로 하여금 존재론적인 증명을 완성시키고, 세계에 현존하는 존재로서 거듭나게 한다. 하지만 그 이름은 반드시 ‘그가 불리길 원하는 이름’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존중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라마>의 주인공 ‘진’은 ‘제이디’에게 ‘지니’라는 이름으로 놀림 받는다. 다른 친구들 또한 툭하면 진을 ‘지니’라며 놀려댄다. 진을 깔보고 무시하기위해, 진이 내빼거나 망설이는 순간이면 진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진은 단호히 경고한다. 자신을 ‘진’으로 부르라고. 영화의 주요한 주제는 청소년 퀴어들의 우정과 갈등이지만, 그 속에서도 진은 그 자체로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내적 욕망과 갈등을 경험한다. 영화는 ‘지니’가 아닌 그저 ‘진’으로서 충분히 포용되는 따스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발렌티나>의 주인공 ‘발렌티나’ 또한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새 학기를 앞두고 발렌티나는 트랜지션 이전의 이름인 ‘라울’이 아니라 ‘발렌티나’로 불리기 위해 부모의 서명이 필요하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사회적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요구받는 억압도 경험하지만, 발렌티나는 여성으로서 겪는 성폭력과 MTF 트랜스젠더로서 혐오범죄의 대상으로 낙인찍히는 다중적 억압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이름은 발렌티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공동체의 인정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거듭나는 과정이고, 다중의 억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퀴어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브라질에서 82퍼센트의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중퇴를 경험하고, 그들의 평균수명은 35세다. 자신이 지칭되길 원하는 이름으로 호명되기 위한 투쟁은 국가와 세대를 막론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청소년 퀴어들의 삶과 고민은 더욱 진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