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퀴어영화제 리뷰 KQFF REVIEW


[데일리 뉴스]퀴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퀴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위정연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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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단편4: ‘퀴어랜드를 찾아서’>는 그 어느 것보다도 실험적이고 개성 넘치는 다섯 개의 단편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르를 명확히 나눌 수 없을 만큼 이전에는 잘 볼 수 없던 신선한 퀴어 영화들이다. 현실 같지만 비현실적인, 알 것 같지만 모호한 느낌의 연속이다. ‘퀴어 랜드’ 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작품마다 뚜렷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영화 속 완성된 하나의 세계들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붉은 행성>, <사랑가>, <안드로스> In QUEERLAND

위의 세 편을 관통하는 것은, ‘퀴어’의 존재를 주변 인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일 것이다. 그동안 뮤지컬이나 SF 등의 장르 영화에서 당연하게 헤테로 커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들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붉은 행성>과 <사랑가>의 주인공들은 ‘퀴어’라는 본인의 정체성 때문에 갈등을 겪지 않는다. 어느 집 내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붉은 행성>은 인생이 피곤한 윌이 자신의 남자친구 에반 몰래 화성으로 떠나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감독 레이크 앤더슨은 여지껏 장르 영화에서 헤테로 커플들이 등장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붉은 행성>은 이성애가 디폴트인 세상에 아주 우아하고 세련된 어법으로 미러링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윌과 에반의 관계처럼 <사랑가>의 오필리아와 조엘의 사랑 또한 갈등의 대상이 아니다. 둘의 사랑은 마치 한 편의 수채화와 같이 연극적인 연출로 표현된다. 오히려 조엘 가게의 단골인 아리안이 조엘을 스토킹하며 갈등이 발생한다. 여성들만 사는 섬이 배경인 <안드로스> 역시 여성 간의 사랑은 당연하게 여 겨진다. 여성 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사건과의 마찰에서 파생된 이야기가 작품을 이끈다. 아다미나가 자해를 한 후 첫 월경을 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영화 속 아다미나의 외로움과 혼란이 쫓기는 듯한 사운드와 거친 화면, 먹구름으로 뒤 덮인 하늘, 금방이라도 마을을 덮칠 듯한 파도 등으로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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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퀴어>, <올가미> in QUEERLAND

<애니 퀴어>와 <올가미>는 현실과 가상 속 퀴어의 존재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 퀴어>는 그동안 애니메이션 속 LGBT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고 보여졌는지에 대해 여러 시대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다. 애니메이션은 다른 장르보다 좀 더 표현의 범위가 넓고 자유롭기 때문에 현실 안에서는 억압받고 차별받는 퀴어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트랜스 여성 아델리나가 등장하는 <올가미> 또한 ‘다큐멘터리’ 장르의 관습적 형식에서 탈피함으로써 아델리나가 겪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효과적으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아델리나가 부모님 사이에 앉아 말없이 담배만 피고 집이 어색한 침묵으로 가득할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색함에 몸을 뒤척이지만 아델리나는 이러한 침묵이 익숙한 듯 가만히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장면 등, 영화는 약간의 몽환적이고 극적인 연출 방식을 사용하여 아델리나의 현실과 가상, 그 경계를 불분명하게 한다.

해외단편4의 상영작들은 6월 6일 17시 50분 2관, 6월 7일 24시 3관 퀴어미드나잇에서 관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