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넘어 볼까요? 우리라는 우리(cage)
임종하 기자단

2001년 단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한 한국 퀴어영화제가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매해 무럭무럭 자란 영화제는 대한극장의 2개 관에서 6월 5일부터 9일까지 25개국의 75편의 무지개색 이야기를 펼친다. 개막식 행사는 여성 퀴어 웹드라마 <숨이 벅차>를 제작한 크리에이터 ‘수낫수’와 같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손수현’이 사회자로 함께 했다. 소탈한 두 사람의 진행과 영화제 트레일러 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한국 퀴어영화제를 위해 스케쥴까지 바꾼 가수 ‘강아솔’이 함께 했다. 강아솔은 <나의 대답>과 <그대에게>를 연이어 불렀다.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라는 가사가 관객들의 마음에 스몄다.
‘퀴어넘다’라는 슬로건을 단 이번 제19회 한국 퀴어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선’이 하나도 없었던 백색의 퀴어들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로 어릴 적 그들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름’을 인식하고 살아왔던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트레일러는 퀴어너머에 있는 그들 보통의 사랑과 삶을 바라보게 한다. 트레일러에 이어 상영된 개막작, <위 디 애니멀스>에서도 어린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조나이다.
영화 속 매니, 조엘, 조나 형제는 야간 근무를 하는 부모님이 나가고 없을 때면, 서로에게 기대어 긴 하루를 보내곤 한다. 형제들은 똑같이 깎은 밤톨머리를 한 채로 셋이 함께 몰려다니고, 먹고, 몸을 부풀리고, 가슴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며 유년을 통과해나가고 있다. 세 형제는 몸 안에서 폭발할 듯 밀고 올라오는 몸의 열기를 나누는 그들만의 의식을 한다. 잠들기 전, 이불을 덮고 손전등을 키고 ‘몸의 열기’를 주문처럼 웅성거리며 외는 일이다. 이렇게 매니, 조엘, 조나는 매일 밤 성장의 열기를 공유하며 서로가 하나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 중, 막내 조나는 매니, 조엘과는 조금 다르다. 조나는 두 형이 서로를 안고 한 침대에서 잠드는 것과는 다르게 혼자 간이침대를 사용한다. 조나는 형들이 잠들었을 때 침대 밑으로 들어가 일기를 쓴다. 이제 막 10살이 된 아이의 야만적인 상상과 환상적인 꿈이 섞인 조나의 일기는 조나가 자신의 ‘다름’을 인식하고 나서부터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성장에 불안과 혼란을 더 한다.
영화 <위 디 애니멀스>는 조나가 자신의 ‘다름’을 깨닫게 된 후부터 조나를 둘러싼 ‘우리’가 ‘우리(cage)’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 디 애니멀스>는 조나의 그림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으로 영화 중간에 끼워 넣으며 자신의 ‘다름’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조나의 감정을 대사가 아닌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조나가 주로 그리는 이미지는 자신이 물에 가라앉는 것이다. 이 그림은 그가 직접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랜만에 호숫가로 놀러간 가족. 아빠와 형 매니, 조엘은 물속에서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며 물의 자유를 만끽하는 반면, 수영을 못하는 조나와 엄마는 물 밖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히스패닉계, 노동자 계층인 조나의 가족은 미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가정이다. 그 안에서도 아빠가 아들의 머리를 똑같이 깎아주는 이성애 남성중심적인 조나의 가족에서 여성인 엄마와 형들과는 ‘다른’ 조나는 물속에 들어가지 못한다. 영화는 가족 앞에 물을 두어 가족을 가른다. 엄마와 조나는 아빠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 수영을 배우러 호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빠의 수영강습은 이 둘이 물에 빠지며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균질성을 확인하는 트라우마로 끝나게 된다. 형들과 달리 물에 뜨지 못한 조나는 이때부터 물속에 있는 환상을 꿈꾼다.
조나가 일기장에만 풀어 놓았던 자신의 ‘다름’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과 혼란들을 가족에게 들킨 순간부터 조나는 위태롭게 이어져왔던 ‘단일한 우리’에게서 차갑게 잘려져 나온다. 가족은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낯선 시선을 조나는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조나는 찢어지고 흩어져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신의 일기장을 집어 들고 집을 떠나 날아오른다. ‘우리라는 우리(cage)’에서 탈출한 조나가 지상으로부터 떠올라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은 ‘단일한 우리’라는 말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의 모습이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라는 말이 담지 못하는 다양한 개인에 대해, 그 개인이 맞닥뜨리는 ‘다름’으로 인한 비극과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우리’를 탈출했을 때의 해방을 담으며, 지금의 우리에게 단일함을 벗어던지고 다양함이 주는 자유에 몸을 맡겨 보라고 말한다.
위 디 애니멀스는 6월 8일 17시 20분 2관에서 관람 가능합니다.
퀴어 넘어 볼까요? 우리라는 우리(cage)
임종하 기자단
2001년 단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한 한국 퀴어영화제가 올해로 19회를 맞았다. 매해 무럭무럭 자란 영화제는 대한극장의 2개 관에서 6월 5일부터 9일까지 25개국의 75편의 무지개색 이야기를 펼친다. 개막식 행사는 여성 퀴어 웹드라마 <숨이 벅차>를 제작한 크리에이터 ‘수낫수’와 같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손수현’이 사회자로 함께 했다. 소탈한 두 사람의 진행과 영화제 트레일러 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한국 퀴어영화제를 위해 스케쥴까지 바꾼 가수 ‘강아솔’이 함께 했다. 강아솔은 <나의 대답>과 <그대에게>를 연이어 불렀다. “그대여, 난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라는 가사가 관객들의 마음에 스몄다.
‘퀴어넘다’라는 슬로건을 단 이번 제19회 한국 퀴어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선’이 하나도 없었던 백색의 퀴어들에서부터 시작한다. 바로 어릴 적 그들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름’을 인식하고 살아왔던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트레일러는 퀴어너머에 있는 그들 보통의 사랑과 삶을 바라보게 한다. 트레일러에 이어 상영된 개막작, <위 디 애니멀스>에서도 어린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조나이다.
영화 속 매니, 조엘, 조나 형제는 야간 근무를 하는 부모님이 나가고 없을 때면, 서로에게 기대어 긴 하루를 보내곤 한다. 형제들은 똑같이 깎은 밤톨머리를 한 채로 셋이 함께 몰려다니고, 먹고, 몸을 부풀리고, 가슴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며 유년을 통과해나가고 있다. 세 형제는 몸 안에서 폭발할 듯 밀고 올라오는 몸의 열기를 나누는 그들만의 의식을 한다. 잠들기 전, 이불을 덮고 손전등을 키고 ‘몸의 열기’를 주문처럼 웅성거리며 외는 일이다. 이렇게 매니, 조엘, 조나는 매일 밤 성장의 열기를 공유하며 서로가 하나임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 중, 막내 조나는 매니, 조엘과는 조금 다르다. 조나는 두 형이 서로를 안고 한 침대에서 잠드는 것과는 다르게 혼자 간이침대를 사용한다. 조나는 형들이 잠들었을 때 침대 밑으로 들어가 일기를 쓴다. 이제 막 10살이 된 아이의 야만적인 상상과 환상적인 꿈이 섞인 조나의 일기는 조나가 자신의 ‘다름’을 인식하고 나서부터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성장에 불안과 혼란을 더 한다.
영화 <위 디 애니멀스>는 조나가 자신의 ‘다름’을 깨닫게 된 후부터 조나를 둘러싼 ‘우리’가 ‘우리(cage)’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위 디 애니멀스>는 조나의 그림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으로 영화 중간에 끼워 넣으며 자신의 ‘다름’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조나의 감정을 대사가 아닌 강렬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조나가 주로 그리는 이미지는 자신이 물에 가라앉는 것이다. 이 그림은 그가 직접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랜만에 호숫가로 놀러간 가족. 아빠와 형 매니, 조엘은 물속에서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며 물의 자유를 만끽하는 반면, 수영을 못하는 조나와 엄마는 물 밖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히스패닉계, 노동자 계층인 조나의 가족은 미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가정이다. 그 안에서도 아빠가 아들의 머리를 똑같이 깎아주는 이성애 남성중심적인 조나의 가족에서 여성인 엄마와 형들과는 ‘다른’ 조나는 물속에 들어가지 못한다. 영화는 가족 앞에 물을 두어 가족을 가른다. 엄마와 조나는 아빠의 성화에 이기지 못해 수영을 배우러 호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빠의 수영강습은 이 둘이 물에 빠지며 가족 구성원 사이의 불균질성을 확인하는 트라우마로 끝나게 된다. 형들과 달리 물에 뜨지 못한 조나는 이때부터 물속에 있는 환상을 꿈꾼다.
조나가 일기장에만 풀어 놓았던 자신의 ‘다름’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과 혼란들을 가족에게 들킨 순간부터 조나는 위태롭게 이어져왔던 ‘단일한 우리’에게서 차갑게 잘려져 나온다. 가족은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낯선 시선을 조나는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조나는 찢어지고 흩어져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신의 일기장을 집어 들고 집을 떠나 날아오른다. ‘우리라는 우리(cage)’에서 탈출한 조나가 지상으로부터 떠올라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은 ‘단일한 우리’라는 말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의 모습이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라는 말이 담지 못하는 다양한 개인에 대해, 그 개인이 맞닥뜨리는 ‘다름’으로 인한 비극과 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우리’를 탈출했을 때의 해방을 담으며, 지금의 우리에게 단일함을 벗어던지고 다양함이 주는 자유에 몸을 맡겨 보라고 말한다.
위 디 애니멀스는 6월 8일 17시 20분 2관에서 관람 가능합니다.